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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혐오스럽나요?

by kackgame 2022. 9. 10.

트랜스젠더 혐오스럽나요?
저는 올해 25살이 된 트랜스젠더 입니다. 달리 어디선가 이야기 하기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고, 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 입니다. 평생 나를 괴롭혀 온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극적인 내용 이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적어야 죽지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하셨나요? 혐오 스러웠던가요 아님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주었나요.
때로 미디어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노출 되고 음지의 생활을 이어나가는 남들과는 다른 특수한 명맥이 있기에 연대적으로 비난을 사기도 합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저의 이야기와 여태껏 받아온 질문에 관해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작성해봅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과거도 같이 풀어봅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무조건 여성을 동경하였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대화 주제에 참여하고 싶었고,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단1도 이성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그저 여성이라는 타이틀 하나에 무작정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이지만 우리 집안의 분위기 또한 어머니 혼자 아들 둘을 감당하셨어야 했기에 어머니가 하는 행동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 물론 한부모 가정인 모든 사람이 이렇다는건 아닙니다. )

여성이 되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8살 소꿉친구와의 친밀한 관계를 이어나갈 적 친구의 주변인들의 말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굳이 적지 않아도 이성과의 친밀함에 대한 반응은 아주 뻔한 이야기 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고 아싸 기질을 타고나 자연스레 따돌림을 당하고 (선생님들이 저를 과하게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같은 동네 초등학교 까지 번져 온 동네에서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서도 맞고 따돌림 당하며, 집안에서는 남자혈육과 어머니의 폭언과 폭력에 12살에 첫 자살시도를 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유달리 특별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보통 정신적 성별이 다르면 주변에서 각기 다른 상황으로 흔히 벌어지는 현상 입니다.

집안에선 로션만 발라도 호모새x냐며 저를 매도했고 평소 행실이 남들과 다르니 그것이 모든것의 발화점이 되어 선생도 친구도 가족까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그깟 성 정체성이 뭔데 숨기고 살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어린 마음에 쉽지만은 않았나봅니다.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은 아니였습니다. 미술로 길을 선택해 상도 곧잘 타오고 그림작가 데뷔를 중학생에 했으니까요. 예술고와 회사까지 프리패스 할 정도로 그닥 나쁜 성과를 가져오는 아이는 아니였습니다. 맞고 욕만 먹었지 딱히 싸워서 문제를 불러오는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폭언과 폭행 속에서도 힘들었지만 더욱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여자인 친구들과의 차이점 이였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겠지만 그저 어린 소녀에서 성인까지의 과정에서 풋풋한 사랑도 해보고 동성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학교폭력은 끊이질 않고 초등생 시절 부터 고등학교 1학년 까지 당하며 더이상 행복할 권리를 찾는것이 나만의 욕심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팔자가 사나워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만 꼬인건지 중학생 때부터 먹던 급식을 뱉으라고 하고 물건을 훔쳐오라는 등의 학교폭력을 수년간 이어온 친구가 지금은 사기죄로 구치소에 있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 해보면 정말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곧 잘 웃으며 지내서 정말 만만하긴 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중학교는 남자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며 정말 산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온갖 성희롱과 성폭행, 선생들의 무관심과 가족의 폭행, 도움을 구하는 외침에 남자답게 싸우라는 대답 뿐인 삶을 살았습니다. 남자를 이성적으로 좋아했지만 동시에 혐오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미술 관련 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내주셔서 그 흔한 업소 한번 안다니고 여성으로서 이해하려 노력해주는 직장에서 잘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제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저 이 사람이 특수한 경우라는 생각을 하실거라 예상합니다. 근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득바득 돈을 모으고 모와 대충 눈으로 보았을 때 여성으로 보이게끔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별거없는 인생인데도 정말 많은 포기를 하며 살았습니다. 이것은 업소에 다니는 성전환 자 들도 저와 비슷한 환경을 거쳐오며 살아온 것을 최측근인 저는 있습니다. 그 중에선 저와 같이 업소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쳐오며 겨우 흔히 말하는 여성화가 되었는데도 많은 비난을 아직까지 받고있습니다.

'내가 개구리면 나는 트랜스 개구리임', '너네는 정신병자들이 맞다' 라는 반응을 보면 한 인격체로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사람이 인간 이외의 것과 비교당하는
그저 가벼운 입방아에 놀아나려고 우리는 인생을 망쳐가면서 까지 이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안좋은 일이 있는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그 사람을 탓해야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머지까지 더욱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입니다.

여성혐오를 논한다면 반박은 못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사회적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어설픈 드라마 여주인공의 성격을 따라하기도 하고, 섹시한 여성을 동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라는 결론밖엔 나오지 않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꾸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로 우리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평생을 이것에 바쳐 인생을 살아온 우리가 소위 꾸밈노동 없이는 도무지 살아갈 구멍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것이 가장 불편을 주는 요소 이겠지만요. 우리도 꾸미지 않고도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을 것 같습니다..

혐오 한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이미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심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망가져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부디 평범한 남성, 여성에게 하지못할 성적인 조롱이 줄길 바라고 있습니다.

성기가 어쩌니 정체성이 어쩌니 너무 쉽게 넷단 당하는데 평범한 사회 속에서 그런 말을 어디서 쉽게 들어볼 수 있나요. 몰상식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거나 신고하면 되는 것을 우리는 그것조차 아직은 그저 수용하고 넘어가야 할 단계 입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인데도 현실이 그렇습니다.

이성을 만나게 되더라도 성별에 대해 해명하는 것 또한 숨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욕을 먹게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특이점 때문에 행복해야 할 연애가 수치심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단점들이 있는데도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서, 여성으로 인정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여서 감수해야만 하는 일들입니다.

긴 글이지만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아직은 바랄 순 없겠지만 조금은 대중의 시선이 너그로워지면 문제들은 점차 사라질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비호감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혐오를 할 권리 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 메세지가 불투명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적어야 조금은 나아질까 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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